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친절이라는 가면을 쓰고 가식적인 말들을 쏟아내게 된 게 얼마나 됐을까?
이 일을 하면서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는데 말이야
분명 나는 행복한 시작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행복한 일을 한다며 나 또한 행복하다 믿었다
근 8년을 근무하다 보니 사람이 이렇게도 변할 수 있구나 싶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겪으며.. 세상에 대해, 사람에 대해 진절머리가 나기도 했다
어느 날은, 나쁜 마음들로 가득 찬 나 자신이 증오스럽기까지 했다
돌이켜보니 모든 것은 마음의 문제였음을 깨닫는다
내가 내 일을 더 사랑했더라면 조금 더 인내했을 텐데…
또한 연차가 더 해갈 수록 무거워지는 어깨도 한몫했던 것 같다
지금껏 인정하지 않으려 했지만 나는 완벽주의자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화가 난다
예전에는 타인의 상식 밖의 행동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지금은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사람은 모두 다르고, 그럴 수 있고, 내가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 무엇을 하며 살아야 행복할 수 있을까? 행복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괴롭지 않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들과
만나고 있던 친구와의 이별과
살면서 처음으로 겪어 본 독립 상태에서의 나 홀로 이사라는 관문이
나를 한없이 작아지게 만들었다
서울은 전세사기가 성행한다는데..
내가 계약하기로 한 송파 빌라는 불법건축물인 이유로 전세보증보험에 가입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또한 내가 거주하던 낙성대 빌라의 임대인이 편의를 봐 달라며 전세금 반환을 기다려달라는 말을 했을 때..
나는 한없이 무너졌다
누군가에게는 아무 일도 아니겠지만,,,
지금의 내가 생각해도 그렇게까지 무너질 일은 아니지만,
그때의 나는 그랬다
낙성대에서 송파로 이사하기로 했던 나는
갑자기
모든 것을 두고 떠나고 싶다는 생각에
모든 것을 두고 나의 고향 광주로 귀향하기로 결심했다
감당이 안되던 감정들을 하루 종일 감싸고 근무하다가
퇴근하자마자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다 죽어가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근데, 엄마, 나 그냥 광주 갈까?”라는 울먹이는 나의 말에
엄마는 거두절미하고 “그럼 엄마는 너무 좋지~~!!!!! 우리 딸 얼른 와~~~!!
제발 와~~!!! 집도 사주고 차도 사줄게”라고 말했다
급발진한 나의 결정을 후회할 수도 있으니
엄마에게는 고민해 보겠다고 말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왔다
‘지금껏 내가 살아왔던 서울에서의 20년 생활과 인연들을 두고
떠나갈 수 있을까..’
며칠을 고민 끝에 나는 모든 것을 두고 가족들의 곁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사실 그때는 많은 생각을 하고 싶지 않고 도망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2023년 6월 9일 광주로 20년 만에 돌아왔다
그리고 오늘은 2024년 1월 21일이 되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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